1. 정치의 두 얼굴
정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 신과 같습니다. 정치는 악한 얼굴과 선한 얼굴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겁니다. 정치를 악한 것으로 볼 경우 정치는 대립과 갈등과 투쟁이며, 따라서 권력을 장악한 세력은 권력을 통해 사회를 지배하여 기득권과 이익을 유지, 확대하는 데 급급하게 됩니다. 반면에 정치를 선한 것으로 볼 경우, 정치는 기본적으로 자유와 평등, 정의와 질서의 조화 등 인간의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 목표를 두며, 따라서 권력은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이 됩니다.
정치가 이러한 선과 악의 양향적인 속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정치가 인간 행위의 산물이고 또 인간들 간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원적으로 정치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죠. 특히 가치 추구를 둘러싼 의견의 차이나 대립은 종종 갈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만일 사람들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 만큼 무궁무진하다면 가치를 둘러싼 갈등은 발생하지 않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습니다. 가치 추구를 위한 자원은 제한되었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를 조정하기 위한 정치가 필요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정치는 개인들 각자가 추구하는 한정된 가치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분배하는 과정입니다. (Easton 1953)
2. 정치에 대한 정의들
정치는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 중 하나 입니다.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문화적, 종교적, 시대적,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라는 복잡한 현상을 몇 가지 개념으로 정리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우리가 정치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을 명료히 해야 합니다. 따라서 헤이우드의 정치에 대한 정의를 알아보겠습니다.
1) 통치 기술로서의 정치
통치 기술은 집단적 결정을 만들고 강화함으로써 사회 내에서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정치가 지니는 원래 의미에서 발전된 고전적 정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정치는 '국가에 관련된 일'이며
이에 공식적인 정치제도 내부에서 행해지는 활동으로 한정되고, 정치인이나 관료들만이 정치에 종사하게 됩니다.
2) 공적 업무로서의 정치
정치를 국가 또는 정부의 영역을 넘어서 '공적 생활'로 보는 관점입니다. 이러한 정치에 대한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는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만 인간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는 정의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것과 관련된 윤리적 활동의 측면이 강조되며, 정치는 국가 자체의 활동과 공공기관에 의해 적절하게 행사되는 책무에 제한되고, 따라서 사적인 생활 영역은 비정치적인 영역이 됩니다.
3) 타협과 합의로서의 정치
이 관점에서의 정치는 강제적인 힘을 통해서보다는 타협, 화해,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하나의 특별한 수단이 됩니다. 정치적 현안의 해결이나 협상 과정의 난국을 타결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적 중의 하나는 타협과 조정이기 때 문에 정치는 무엇이든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기술로 이해됩니다. 이 정의는 정치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정치는 폭력이나 강제보다는 조정을 선택함으로써 질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는 논의와 토론의 효율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보다는 합의에 특징지어진다는 믿음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4) 권력과 자원배분으로서의 정치
이 관점은 정치를 특정한 영역, 즉 국가, 정부 혹은 공적 영역에 한정시키기보다는 모든 사회활동과 인간 생활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봅니다. 즉 정치는 모든 수준의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며 어떤 수단을 사용하여 갈망했던 결과를 달성하는 능력이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치는 다양성과 갈등에 관한 것이고 또 희소성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의 욕구와 욕망은 무한한데 이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항상 제한되어 있기에 정치를 수단으로 하여 희소자원을 둘러싼 투쟁이 시작됩니다.
3. 정치, 그래서 결국?
위에서 살펴본 헤이우드의 정치의 유형별 정의에 대한 구분을 통해서 우리는 정치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정치적 결정이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정치의 핵심 수단을 무엇인지 등에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헤이우드의 정의는 보편적인 시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치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정치는 규범론, 과정론, 기능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의는 대체로 위에서 살펴본 내 가지 정의의 범주 속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정의들은 최근 정치 환경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완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학자들의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주장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세계화 및 정보화로 인해 나날이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새로운 특징들을 반영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환경 변화의 정치적 의미와 함의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정치는 외연적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공적 문제와 사적 문제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사회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 못지않게 사회의 모든 문제가 정치적 문제가 되는 정치화 시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치는 점점 고갈되는 자원과 희소성을 둘러싼 다양한 개인 또는 세력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타협과 조정 메커니즘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정치란 다양한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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