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의 민주주의
대화와 토론, 심의를 통해 시민들의 선호가 변화하면서 사회문제에 대한 공공의 합의를 강조하는 심의 민주주의가 등장했습니다. 심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대표들자들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대의 민주주의와 달리 시민들과 대표들이 이성적 성찰과 판단에 근거하여 자신들의 선호, 관점을 타인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심의적 전환이 일어나서 공공의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심의 민주주의는 특히 풀뿌리 단위에서 조직화되지 않은 시민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유용하다고 평가됩니다. 이는 심의 민주주의가 정치의 목표를 투표와 개인의 선택으로부터 가능한 모든 사람들의 토론에 의한 결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요구됩니다. 첫째, 심의 민주주의는 다수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일반대중을 대신할 수 있는 집단으로서 대표성 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요구합니다. 둘째, 여론이 아닌 정보에 근거하여 일관되고 안정적인 공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여론은 빈약한 정보에 의존하고 피상적이며 지속적이지 못합니다. 셋째, 충분한 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심의과정은 시민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고, 문제의 특성과 결과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합리적 토론을 촉진하고, 성찰적 판단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러나 심의 민주주의는 여러 한계점을 지닙니다. 첫째, 결정성이 부족합니다. 시민들의 선호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변화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집단적 의사를 형성해 나간다는 심의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독특한 시민의 의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줄 수 없습니다. 둘째, 심의에 참가하는 시민들이 공적인 이익을 위해 이상적인 주장을 한다는 전제조건에서 가능한 심의 민주주의는 실제로는 청취자에 비해 발언자의 개인적 선호를 표출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셋째, 평등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심의라는 가정이 비현실적입니다. 부존자원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현실에서 민주적 심의는 일어나기 힘듭니다. 넷째, 평등하고 자유로운 심의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과 규모는 제약이 있습니다. 또한 심의 민주주의는 좁은 지역에 수백 개의 편협한 이익을 추구하는 파벌을 양산할 위험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의 민주주의는 합리적이나 편협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권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합의제 민주주의
위에서 살펴본 심의민주주의는 합의제 민주주의의 요소를 지닌 민주주의입니다. 그렇다면 합의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다원화된 시민사회에 부합하는 민주적 메커니즘을 대표합니다. 레이파트는 기존의 다수제 민주주의가 비민주적이라 비판하고, 다수제 민주주의는 소수집단이 정치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과 참여를 힘들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반대되는 합의제 민주주의는 다수와 소수자 사이의 권력 분담, 권력기관 간의 권력 분산, 권력의 공정한 배분, 권력의 위임, 권력에 대한 공식적 제한이라는 장치를 통해 다수자의 지배를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권력의 분담은 모든 중요한 정당 간의 광범위한 연합을 통해 행해지며, 권력분산은 집행부와 입법부, 입법부의 양원, 그리고 여러 소수정당 사이에서 이뤄집니다. 권력의 배분은 비례대표제를 통해 소수정당의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권력의 위임은 영토적으로 조직된 실재에게 자치권을 부여함으로써 달성됩니다. 그리고 권력에 대한 제한은 까다로운 개정 조건을 갖는 성문헌법과 소수자의 거부권이라는 장치로 대표됩니다. 직접 민주주의의 한 수단인 국민투표 역시 스위스에서처럼 국민발안과 결합된 경우에는 소수자에게 선거로 형성된 다수세력의 의사에 반해 주장을 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합니다. 1999년 레이파트는 저서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일부 요소를 변경하고 몇 가지를 새로 추가하여 제시합니다. 레이파트는 합의제 모델이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분담하고, 분산하며, 제한하려 한다면서 그 방식으로 광범위한 연정에서의 집행권의 분담, 집행권과 입법권 간의 권력 균형, 다당제, 비례대표제, 이익집단 코퍼러티즘, 연방과 분권 정부, 강한 양원제, 경직된 헌법, 사법 심사권, 중앙은행의 독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협의제 민주주의보다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됩니다. 레이파트에 의하면 합의제 민주주의 개념이 협의제 민주주의에 관한 1997년 저서에서 고취되었고 또 그것과 관련이 있지만 각각의 의미는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합니다. 즉 1977년 저서에서는 협의제 민주주의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은 후 다수 지배와 대비시켰지만 1984년 저서에서는 다수제 모델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하여 그것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반대모델인 합의제 모델을 도출해냈다는 것입니다. 레이파트가 초기 저작에서 사용했던 협의제 민주주의는 대연합, 분할된 자치권, 비례성 및 소수자 거부권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러한 합의제 민주주의는 정치적 갈등뿐만 아니라 노사문제와 같은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이를 통합으로 이끄는 데 있어서 가장 적절한 형태의 민주주의로 평가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선진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가들인 서유럽 국가들은 수적인 다수의 결정권에 대한 견제를 강조했고, 그 후 합의제 요소를 지닌 정부형태의 발전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우리는 복잡한 균열구조를 갖는 국가에서 합의제 민주주의가 갖는 여러 장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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