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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사회적 균열구조와 정당체계

사회적 균열구조와 정당체계

균열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개인들, 집단 또는 조직들의 분화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균열은 공동체 또는 하위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집단들로 구분하는 척도이며, 적절한 균열은 구성원들을 특정 시기와 장소에서 중요한 정치적 차이를 가지고 구성원들을 그룹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균열은 단순한 분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경제적 특성에 의해 규정되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정체성을 갖고 그들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조직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립셋과 로칸에 의하면 이러한 사회적 균열구조가 정당체계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서구의 정당체계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이라는 산업사회의 계급 균열에 기초하여 구조화되었으며,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정당체계를 지속해 왔습니다.

 

 

1. 사회균열과 정당체계의 형성

서구의 국가들은 국민국가의 건설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네 가지의 핵심적인 사회적 균열을 경험했다. 첫째는 지배적 문화 대 종속적 문화 (중심-주변 균열), 둘째는 교회 대 정부, 셋째는 1차산업 대 2차산업 (농촌- 도시의 균열), 넷째는 노동자 대 고용주와 소유자 (계급 갈등 균열)입니다. 이 중 지배적 문화 대 종속적 문화, 그리고 교회 대 정부의 균열은 국민국가 건설 과정에서 생겨났고, 1차산업 대 2차산업 그리고 노동자 대 자본가의 균열은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대부분은 서구 국가에서 이러한 균열구조의 형성과 변화과정이 지속해서 나타났으며, 20세기 초에 이르러 대규모의 정당 정렬이 완성되었는데, 그 중 종교와 계급의 균열구조는 서구 정당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반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균열의 출현이 어떻게 사회적 균열체계로 성장하고 또한 어떻게 정당체계로 발전하게 되는 것일까요? 사회적 균열구조는 자동으로 정당들 간의 대립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정당체계로 전환되더라도 균열 사이의 상호 교차 정도에 따라 국가마다 상이하게 나타납니다. 사회적 균열구조의 대표적인 연구자인 립셋과 로칸은 사회문화적 갈등이 정당들 사이에서 어떻게 정치적 반대로 전환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사회에서의 저항을 표현하고 이익을 대표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네 가지의 문제, 즉 의사결정의 전통, 저항의 표현과 동원화를 위한 채널, 동맹의 기회, 그리고 수익과 비용, 체제 내에서 다수 지배의 가능성 등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근거하여 정치체계 내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일련의 요구를 표출하고 운동들이 거치는 네 가지 단계를 제안하는 데 바로 정당화의 관문, 통합의 관문, 대표성의 관문, 다수결의 관문입니다. 먼저, 정당화의 관문은 모든 저항이 음모적인 것으로 거부되는가 아니면 어느 정도의 경쟁과 비판 그리고 반대의 권한이 인정되는가의 문제이며, 통합의 관문은 새로운 요구를 표출하는 운동에 대한 모든 또는 대부분의 지지자가 대표자의 선택에 있어 참가자로서의 지위가 부인되는가 아니면 상대자들과 동등한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받는가의 문제입니다. 한편, 대표성의 관문은 새로운 운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운동과 결합하여야만 대표기구로의 진입이 보장되는가 아니면 독자적인 대표권을 획득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다수결의 관문은 체계 내에서 수적 다수의 지배에 대항하는 견제력과 저항력이 구축되어 있는가 또는 선거에서 승리하면 정당 또는 연합정당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가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네 가지 관문을 거치면서 각 국가는 그 나라의 특수성에 따라 상이한 정당체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2. 산업사회의 발전과 균열구조의 다원화

서구의 정당체계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라는 산업사회의 균열구조를 기축으로 하여 구조화하였고 이 구조는 수십 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산업사회의 균열구조를 중심으로 한 서구 정당체계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였습니다. 물질주의적 산업사회의 발전과 사회적 평화의 확산은 기존의 균열구조에서 표출되는 대립과 갈등의 구도를 넘어 새롭고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요구의 표출은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과 투표 형태의 다원화를 초래하였고, 이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도의 사회적 균열이 다원화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정당체계 형성의 근거를 사회적 균열구조에서 찾는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구 선진산업사회에서 1960년대까지 정당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것은 서구 산업사회가 가졌던 폐쇄적인 사회적 균열구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변화, 즉 기존의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그에 다른 신중간계급의 형성, 그리고 탈물질주의적 가치관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가치 정향이 변화하기 시작하였으며, 대중매체의 대중화와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의 정보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대중과 엘리트 사이의 지적 격차를 감소시켰습니다. 즉, 후기 산업사회로 이행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중요한 변화는 크게 다음으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산업구조의 개편과 계급구조의 변화 등과 같이 사회경제적인 환경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교육 수준의 향상 및 대중매체의 발달과 확산으로 인한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가 일반 시민들의 인식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탈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의 확산 및 종교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세속화 현상 등이 일반시민들의 의식 및 가치 정향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3. 균열구조의 다원화와 정당체계의 변화

후기 산업사회로의 진입과정에서 나타난 균열구조의 다원화가 정당체계의 실질적인 변화를 결과하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회경제적인 구조의 변화와 시민들의 가치정향의 변화에 의해 정당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어 왔습니다. 사회적 수준에서 새로운 정치적 경향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정당의 성장을 통하여 정당체계 내에서 새로운 균열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서구 정당체계는 여전히 기존의 좌-우 균열구조를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어 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균열구조의 다원화에 따라 나타난 정당체계 변화의 결과에서는 상이한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사회균열구조의 변화에 따른 정당체계 변화의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하나는 거대정당 체계로의 변화이며, 다른 하나는 군소 정당체제 즉 정당체계의 파편화 현상입니다. 거대정당 체계로의 변화를 주장하는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포괄정당의 형성에 대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강한 이념적 정향에 기초한 기존의 대중정당들이 탈이념화된 포괄정당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급속한 경제성장과 물질적 풍요, 사회보장의 확대와 복지국가 지향 현상 등으로 기존의 정치적 대립 축을 이루었던 계급적 또는 종교적 균열이 약화하면서 기존 대중정당들과 유권자들 사이에 유대감이 상실되었고, 이 결과 약화된 정당 지지를 만회하기 위해 보다 포괄적인 지지 획득을 위해 포괄정당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다원적 균열구조의 형성에는 동의하지만 후기 산업사회의 환경변화는 포괄정당화 현상보다 오히려 정당체계의 파편화 현상을 초래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즉 기존 정당이 다원적 균열구조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는 신생정당 또는 기존의 군소정당들이 오히려 정당체계에 편입되면서 군소정당 체계로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잉글하트에 의해 정립된 탈물질주의론에 의하면,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물질적 풍요는 물질에 대한 욕구 해소와 그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 즉 탈물질주의적 가치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잉글하트의 탈물질주의론에 근거하여 정당체계의 파편화를 주장한 달톤은 새로운 가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균열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전통적인 계급균열을 완화한 반면 기존의 정당체계에 반영되어 정당체계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합니다. 그에 의하면 탈물질주의적 가치에 의해 사회적 균열구조는 복잡화, 중첩화, 교차화, 이질화 현상을 심화하였고, 그 결과 다양한 가치와 쟁점을 중심으로 하여 정당체계에서의 다원화된 균열구조가 형성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