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학에서 다루는 국가이론 마지막 파트입니다. 이번에는 다원주의와 조합주의의 국가이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치학을 전공한 학생이 아니라면 처음 들어보는 관점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정치학의 국가이론 - 다원주의
다원주의자들에게 국가는 여전히 시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정책 결정에 있어서 중립적인 곳이고, 그래서 소위 ‘텅텅 빈 석판’과 같은 곳입니다. 따라서 다원주의가 말하는 국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사회에서 경쟁하는 조직들의 수가 다양하고, 조직의 결성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조직들 간에 서열화되지 않고 경쟁적인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두 번째는, 특정 분야에 관련된 조직들 간의 관계를 보면, 그 특정 분야를 독점적으로 대표하는 조직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대표적인 다원주의자 슘페터와 로버트 달의 국가이론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슘페터는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사회 심리적인 발전 과정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전통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의 양 극단 사이의 어느 한 점에 위치한다고 간주합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가치와 규범을 지닌 개인은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근대적인 가치와 규범을 지니지 못한 자들은 정치사회에서 합리적인 정치시민으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슘페터는 “첫째, 국가 내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그리고 합리적인 주장에 의해서 도달할 수 있는 하나로 결정된 공공선과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둘째, 아무리 개인들의 의견이나 욕망이 분명하고 또한 이를 분명한 데이터로 표시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결정’ 이 소위 ‘국민의 의지’를 확인해 준다고 말할 수 없다. 셋째, 시민들이란 직접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그러한 이슈에 관련되었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이슈에 무지하거나 흥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은 특정 방향으로 이끌려는 ‘정치적 선전’에 쉽게 영향을 받고 이에 동화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래서 슘페터는 제일 중요한 것이 결정을 하고 일을 하는 대표자를 제대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국가의 정치적 결정은 선출된 대표자들에게 제한되며, 정치적 이슈를 선택하는 것도 선출된 정치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슘페터는 대표적인 비관적 다원주의자로, 엘리트들이 정치적 이슈를 생성해 낼 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서 조작한다고 말합니다.
다음으로, 로버트 달의 국가이론입니다. 로버트 달은 국가의 민주주의 운용을 엘리트에게 의존하는 낙관적 다원주의자입니다. 낙관적 다원주의자는 엘리트들이 대중의 요구에 반응하고 대중들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지닐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낙관적입니다. 이들은 민주적인 국가 운용이 엘리트들끼리의 경쟁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엘리트들끼리의 경쟁이 대중들에 대한 반응성과 열린 자세가 유지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보통시민들도 정치 엘리트들에게 높은 수준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 비유하면 편한데, 정치체계가 시장이라면 유권자들은 소비자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2. 정치학의 국가이론 - 조합주의
조합주의는 특정 영역에서 단체 간 서열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 서열에 따라 독점적인 대표성을 가진 조직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고 봅니다. 조합주의의 시민사회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조직은 각자의 기능적 분야를 대표하며, 이러한 대표 기구들이 조합되어 국가 정책을 형성합니다. 중요한 점은 정책 결정을 위해 각 조직 내부에서 서열이 명확히 형성되어야 하며, 대표성을 가진 기구가 독점적으로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 국가의 역할은 중립적이고 조정적인 성격을 띠어야 합니다. 특히, 조합주의는 국가-기업-노동의 세 영역 간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각 영역이 고유한 이념에 충실할 때 이상적으로 작동합니다. 국가 정책은 이 세 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결정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여기서 국가의 정치적 리더십은 다양한 이념을 종합하여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정책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정치적 질서는 "기능적으로 분화된 사회·경제적 조직의 분야별 결정"으로 정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합주의는 사회조합주의와 국가조합주의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사회조합주의는 국가의 중립성을 중요한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조합주의는 국가가 강요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조정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때 나타나는 모델입니다. 사회조합주의에서는 국가가 각 조직 간의 협력을 유도하며, 갈등을 조율하는 중재자로 기능합니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과 기업 간의 갈등에서 국가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호 협력적인 합의를 이끌어냅니다. 이러한 구조는 다원적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하며, 갈등 해결보다는 협력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사회조합주의는 이상적인 모델로 평가받지만, 국가의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특정 조직의 힘이 과도하게 강할 경우 균형이 깨질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조합주의가 변형된 형태로 나타나는 국가조합주의는 국가가 중립적 역할을 상실하고 자율적인 기구로 변모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모델에서는 국가의 리더십이 지나치게 발휘되며, 정책 결정 과정이 권위주의적 형태를 띠게 됩니다. 국가조합주의는 종종 독재 정권이나 권위적 체제에서 나타나며, 국가가 조직 간 협력을 강요하거나 특정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경우, 조합주의의 기본 전제인 협력과 조화는 약화되고, 강요된 질서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가조합주의는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지만,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억압하고, 갈등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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